영화는 나의 힘

2006년에 개봉한 영화중 기대하고 있던 해외영화 몇편이 있었다.
판의미로, 블러드 다이아몬드, 일루셔니스트, 파운틴 그리고 칠드런 오브 맨이다.

  영화목록을 보면 알겠지만 몇몇 작품은 작년 베니스영화제와 관련된 기사를 읽다가 알게된것이고,나머지 2작품 역시 영화주간지 북미 박스오피스 기사를 읽다가 일루셔니스트는 예상보다 크게 흥행에 성공했다고해서 관심을 가졌고(원래, 마술사를 다룬 소재가 같아서 프레스티지 = 일루셔니스트 인줄로 착각 하기도 했었다.)블러드 다이아몬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영화인데 의외로 흥행에 실패해서 관심을 가지게 되었었다.

  영화목록을 보면 알겠지만, 대부분 미국에서 만든 상업영화이고 일반관객이 다가가기 어려워 보이는 "저예산 예술영화" (내 편견속에 자리잡은 예술영화란...카메라가 미동조차 하지 않은채 10분이상 같은 공간을 비춰줄것 같고, 주인공들은 이해할수 없는 철학적인 대사를 읊다가, 보는 사람마음에 준비도 안됐는데 느닺없이 영화가 끝나버리는것...-_-)가 아니다.
물론 위의 몇몇 작품은 베니스영화제에 출품된 만큼 작품성이 있는 영화라고 할수 있지만, 내기준에서 골치아픈 "예술영화"로 보이진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미에서 개봉한후 얼마후면 당연히 국내에서도 개봉하겠지, 라고 생각했었고... 다행히 , 블러드 다이아몬드(1월)나, 일루셔니스트(3월), 판의미로(06.11월), 파운틴(2월...?)이 개봉일정이 잡혔다는걸 알수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된일인지 여러 영화잡지,기사들을 찾아봐도 칠드런 오브 맨이 국내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은 찾을수 없었고, 결국 얼마후 영화제에 칠드런오브맨이 상영된후 DVD로 출시되었다. 그리고 영화를 본 결과...칠드런 오브 맨은 기대치를 100% 충족시키는 멋진 작품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먼저 줄거리...세상에 아이가 태어나지 않게 되었다는 독특한(?)발상과 그 아이디어를 통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개시키는 점이 너무 마음에 들었고, 배우 한명 한명이 다 살아있는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주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특히, 제스퍼역을 맡은 할아버지...)
그리고, 난 연출과 관련된 어떤 깊고 폭넓은 지식은 없지만, 영화 연출도 너무 훌륭한것 같았다. 영화중반부에 극도로 느린...카체이싱(?)장면도 너무 좋았고...
특히, 후반부 시가전 전투가 일어날때 한참동안 핸드핼드촬영으로(...스네이크 아이즈 초반부에 니콜라스케이지 움직임을 비춰주던 그 롱테이크)카메라가 클라이브 오웬을 따라가면서 펼쳐지는 그 긴박감과 다큐멘터리를 보는듯한 리얼한 시가전 전투씬들...너무 훌륭했다(내용은 참혹했지만, 그걸 카메라에 담는 방식이 멋졌다.)  그리고, 영화속 몇몇 캐릭터가 죽는장면에서 그 폭력적인 장면을 묘사하는것이, 영화를 보는 사람이 어떤 짜릿한 쾌감이나 단순한슬픔의 감정을 느끼는게 하는게 아니라, 뭔가 가슴을 후벼파는(이렇게 밖에 표현이 안되는...-_-)깊숙한 아픔이 느껴지게 만들었다.  

  또, 봉준호감독이 영화괴물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것중 하나가 "약자가 약자를 보호하는것"인것처럼 이영화에서도 그런걸 느낄수 있었다. 몇년만에 세상에 아이가 태어나는 상황에서 그녀를 이용하려 하지않고 끝까지 보호하는건 정부도, 군인도, 어떤단체도아닌 평범한 한 남자다...그리고 그들을 도와주는 주변사람들 역시 굉장한 힘을 가진 어떤사람이 아니라 집시여인, 할아버지...같은 사회적 약자다.

강자는 약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약자를 보호하는건 약자...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내가 여태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소중한것...을 다시 깨닫게 해준영화...바로, 어머니의 임신과 출산...아이의 탄생이다. 지금까지 그런것은 "당연한것"으로 여겼기때문에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게 사실이다.
물론, 영화에서처럼 느닷없이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것이라 믿지만, 이영화를 통해서 "당연한것"으로 생각했기때문에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인간에게 얼마나 꼭 필요하고 위대한(위대하다는...이런 표현 쓰기 민망하지만, 영화보면서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그때 느꼈던 그 마음은...)것인지 때달을수 있었다.

  오늘, 지하철탔을때 옆에 생판모르는 아줌마가 안고 있던 아기가...다 사랑스러워 보일정도...;

그런데...문제는 내가 이렇게 마음에 들었던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못하는 것인가)혹시라도 만약 지난번 낚시 마케팅으로 욕을 먹었던 "판의미로"와 비슷한 방식으로 "전세계를 전율시킨 감동의 SF대작"이런식으로 홍보되서 영화가 개봉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 여기도 알바 엄청 많네여...무슨 SF영화가 스케일큰 액션 장면도 없고...속았습니다"
" 으~지루하다. 평점보고 속지마세여, 우중충한 배경에 머리아픈 내용...후반부 쪼금 눈물만 나고 2시간동안 지루했네여...보지마셈~"
" SF영화라고 해서 기대하고 봤더니, 또 전쟁씬밖에 안나오고 =_=...OTL 30분 보다 나왔습니다. 차라리 아마겟돈 같은 멋진 블록버스터 비디오한편 빌려보는게 낫겠네여 "

같은 평을 했을것 같다.(이것역시 나의 편협한 시각인가...)

영화를 보는 취향은 다를수 있지만...영화의 진심은 그게 아닌데, 같은걸 보고도 그 진심마저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
(여담이지만, 판의미로의 홍보방식...속았다라고도 충분히 생각할수 있지만, 만약 그렇게 홍보하지 않았다면 10만명 이상의 많은 사람이 그 영화를 접할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어이없게 "액션대작"이런식으로 홍보되는것도 마찬가지...그렇게라도 홍보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관객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기에...선택한 방법 아니었을까)

눈물을 잘 흘리지 않는편이라서 눈물은 나오지 않았지만...마음에 울림을 준다라는 말이 이런거구나란 생각이 드는 감동을 받았기 때문에...다른사람들 에게도 꼭 추천해고싶은 영화

PS. 아무튼, 이래서 내가 영화를 끊지 못한다니까...보나 안보나 먹고사는 문제하고는 전혀 상관없는 이 영화감상...이제 나이도 한살더 먹었으니 관심 끊자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건만, 결국 이렇게 좋은 영화 보고 말았으니 한동안 영화를 끊을수 없을거 같다.

- 2007년 어느날 끄적인 글 -

Posted by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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